[tk게릴라뉴스] 2025년 공직문학상에서 안동시청에 근무하는 김혜원 주무관의 시 ‘주산지에서’가 동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주산지’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회한을 섬세한 언어로 풀어내며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혜원 주무관은 평소 바쁜 업무에도 글밭동인회에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공직자로서의 삶 속에서 시를 통해 표현할 수 있어 감사하고,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이 시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공직문학상은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는 문학 공모전으로, 공직자들의 문학적 재능을 발굴하고 창의적 공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문학상이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시, 수필, 소설, 동화 등 8개 부문에 모두 1,71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수상작은 전자책(e-book)으로 제작돼 인사혁신처 및 공무원연금공단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문학평론가와 시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김혜원 씨의 작품은 개인의 기억과 자연의 풍경이 어우러진 서정시로,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고 평가했다.
주산지에서
김혜원
겨울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3월의 주산지
얼음 덮인 물속 왕버들나무 발가락이
꼼지락거린다
비에 젖고 바람에 깎여
굳은 살 속에 골을 만드는 정직한 삶
시퍼런 물속에 뿌리내려 꽉 대지를 움켜잡고
쓰러지지 않으려 애쓰는
주산지는 아버지를 닮아 있다
썩어가는 몸체에 새잎이 돋고
수천의 잎을 떨구고도
아버지의 굵은 팔뚝이 맥없이 쪼그라들어도
하얀 미소를 띠며
한세상 잘 살다 간다 뉘엿뉘엿 입을 달싹거린다
늦은 오후 해는 하루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휠체어에 아픈 아버지를 태우고 꽃밭으로 간다
보이지 않는 눈을 끔뻑거리며
시뻘건 태양 빛을 맞으며
환하게 웃는 아버지
나는 눈물을 입으로 뱉어내고 있다
수장 되지 않으려 팔을 들어 올리는 나뭇가지들 밑으로
저 고요한 바닥에 뿌리를 박고
발가락 사이로 흐르는 물을 움켜잡으려 해도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물
밤마다 울음을 삼키는 왕버들나무들
눈물로 주산지가 잠긴다는 것을
꽉 붙잡고 서 있는 주산지 흙 속은
붉은 슬픔으로 덮여 있다는 것을
물속에서 자라나는 슬픔을
움켜쥐고 서 있는 왕버들나무
살면서 무언가 하나씩은 움켜쥐고 있다
쉬이 놓지 못하는 그 것
나는 오래도록 물속을 들여다본다
얼음을 툭툭 깨고 걸어 나올 것만 같은
3월의 주산지
고요한 주산지에
시린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