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동소방서, 퍼스널 모빌리티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화재 위험
서륜구 안동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교
[tk게릴라뉴스] 최근 전동킥보드, 전동스쿠터, 전기자전거 등 이른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는 도시 교통 혼잡을 줄이고 개인 이동 편의를 높이는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젊은 층과 배달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간과할 수 없는 안전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8월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충전 중이던 전동스쿠터의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고로 모자(母子) 2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화염은 기름이 번지듯 빠르게 확산되었고, 고층부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 복합적인 요인이 피해를 키웠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는 물론 퍼스널 모빌리티의 핵심 동력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외부 충격이나 과열, 과충전이 발생할 경우 배터리 내부에서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이 일어나며 순간적으로 1,000℃ 이상의 고온을 내뿜는다. 이는 주변 가연물을 급격히 연소시켜 대형 화재로 이어지며, 물이나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아파트나 지하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인명·재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98건에서 2024년에는 117건으로 20% 이상 늘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전동킥보드와 전동자전거 등 퍼스널 모빌리티에서 발생했다. 이제 퍼스널 모빌리티 안전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주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대응이 필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께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 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첫째, 정품 배터리와 전용 충전기만 사용해야 한다. 저가·비정품 배터리는 보호 회로가 부실하여 폭발 위험이 크다.
둘째, 충전은 반드시 통풍이 원활한 공간에서 실시하고, 현관문이나 비상구 주변, 밀폐된 실내 공간은 피해야 한다.
셋째, 충전 중 장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취침 시간에 충전하는 행위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절대 금물이다.
넷째, 배터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팽창, 변형, 발열 등이 있을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 점검을 받아야 한다.
다섯째, 가정과 사업장에는 분말·이산화탄소 소화기 등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소화기를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퍼스널 모빌리티는 미래 교통수단으로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안전 확보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면 더 이상 편리한 이동수단이 아닌,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잠재적 화마(火魔)로 전락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은 물론 정부와 제조사의 안전 기준 강화, 충전 및 관리 지침 교육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될 때 비로소 퍼스널 모빌리티는 안전한 생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예방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를 막는 최선의 방법임을 모든 시민이 명심해 주시기”를 바란다.